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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 조금 느리게

안단테 : 조금 느리게, 아내가 쓴 출산 후기

by Doer Ahn 2017. 4. 3.

2017년 2월 10일


안단테 : 조금 느리게


세상에 태어나다





아내가 맘스홀릭 카페 쓴 출산 후기




3.48kg로 아기 건강하게 자연분만으로 만났어요. 궁금한거 있음 #맘스홀릭 카페에 물어보고 검색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이렇게 #출산 #후기 써보네요. 편하게 음슴체? 반말로 써볼게요 !



2.8

아침에 이슬이 비침. 이슬이 어떻게 생긴걸까 싶었는데 콧물같은 점성의 투명한 분비물에 간혹 분홍색을 띠기도 함. 이랬는데 보자마자 아 이게 이슬이구나 싶었음. 하루 종일 내내 싸르르한 느낌이 있었지만 전혀 간격이 일정하지도 않았고 생리통 정도의 느낌이라 저녁엔 근처 동네 친구들 만나러 가서 삼겹살도 먹음. 그 친구들 아가 태어나서 강제로 못본지 이제 거의 한달 되어 감. ㅎㅎ 안녕 잘 지내니 사실 삼겹살 먹을때 종종 배아팠어



2.9

잠들기 전부터 조금 배 아픔이 심해졌다 싶긴 했는데 새벽에 배가 잠이 깰 정도로 아파서 잠이 깸.


그래서 아 왠지 오늘 내일 낳겠구나 라는 느낌이 와서 39주가 되도록 제대로 싸놓지도 않았던 출산 가방을 싸기 시작함. 아기 낳고 나면 샤워 못한다기에 따뜻한 물에 오랫동안 샤워도 함. (모두모두 샤워하고 가세요. 조리원가서 샤워하고 싶었는데 조금만 참으라고 하셔서 갑갑했어요 ㅎㅎ)


그러다 아침이 되어 남편이 깸. 만삭사진을 제대로 안찍었었어서 이러다간 만삭 사진 못찍겠다 싶어, 진통을 느끼며 남편이랑 집에서 만삭 촬영을 함 ㅋㅋㅋㅋ 자세 잡고 찍다가 아 잠깐만.. 이러고 침대 잡고 있다가 다시 찍고. 아기 태어나면 바쁠 것 같아서 진통을 느끼며 사진 보정도 했음.


사진도 찍고 할 만 했던것이 새벽에는 진통 간격이 거의 규칙적으로 6분 이었는데 점차 늘어나기도 하고 줄기도 하고 아침이 되니 살짝 불규칙해짐. 아픔의 정도도 생리통이 그다지 심한편이 아닌 내가 느꼈던 가장 심한 생리통 정도의 수준 ??


오후가 되니 진통 간격이 6분 정도로 조금 규칙적이어짐. 그런데 헷갈렸던게 진진통은 규칙적이고 매우 아프다그랬는데 너무 참을만해서 이 정도 아파도 진진통인가? 싶었음. 규칙적인것 같다가도 중간중간 진통간격이 길때도 있었고.. 그래서 두시쯤 돈가스를 먹으러 감. 역시 먹다가 아 배아파… 쉬고 다시 먹다 쉬고. 매운나베돈가스 먹을걸 그랬음. 아기 태어나니 매운거 못먹음


오후 네시쯤 되니 진통 간격이 확실히 규칙적이 된 것이 보임. 초산일 경우 진통 간격 오분 미만이면 병원에 오라고 들었는데 병원에 별로 일찍 가고 싶지 않았음.


자연주의 출산을 너무 막달에 알아 더 준비하거나 공부하지 못해 시도하지 못했지만 자연주의 출산의 취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음. 히프노버딩 책도 읽고 자연주의 출산을 하진 못했지만 출산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갖는데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음. 진통을 하는 시간이 고통스러운 시간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출산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으면 했고 진통도 내가 마음이 편안한 공간에서 편안히 진통을 겪고 싶었음. 그래서 집 안에서 좋은 노래도 틀어놓고 조명도 예쁘게 해놓고 견딜만할때까지 견딤. 




출산 전 진통기록 앱 다운로드 받아두면 유용해요!



- 여덟시 반

그러다 진통 간격이 이분이 되었을때 ( 저녁 여덟시 반쯤 ) 병원에 감. 사실 삼분 정도 됐을땐 병원 가고 싶었는데 마지막 저녁식사 든든히 하고 가려고 배달음식 시킨것이 계속 안왔음. 삼분 미만으로 진통 간격 줄었을땐 아 병원 가야되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진통할때 밥 안먹음 기운 없을 것 같아서 쫄면과 김밥을 기다렸다가 먹고 감.






-아홉시


병원에 가서 내진을 하니 3센치 열려있어서 바로 입원을 함.


무통을 맞을거냐고 간호사가 물어보셨는데 안맞아도 될 것 같다고 대답했음. 그랬더니 간호사가 초산이시냐고 초산이면 맞아야한다그래서 조산원엔 못갔지만 나혼자 자연주의 출산을 지향했던 마음이 흔들림. ( 일반 산부인과지만 원장선생님이 자연주의 출산 신념을 갖고 계신 분이었는데 근무하는 분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았음 ) 무통을 안맞겠단 의지가 강력한 것은 아니었어서 남편과 고민하다가 간호사의 강력한 추천에 무통을 맞기로 함.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무통을 안맞아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안맞겠다는 마음이 강력하진 않았고 아무래도 처음이라 무서웠던 것 같음.


병원에 입원했다고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림.


무통관을 새우등해서 꽂고 진통이 심해지면 무통 넣어주겠다고 했음. 진통 간격이 이젠 측정을 못할 만큼 짧고 규칙적으로 옴. 그런데 계속 참을만한 정도의 고통이어서 나중에 온다는 극강의 진통이 올때 무통 맞으려고 계속 참음.. 그때 맞았어야 했던 거였음. 어느 순간부터 이젠 소리를 못참을 정도의 진통이 와서 무통을 놔달라고 했음. 남들은 무통 천국이라는데 그다지 천국 같진 않은거임. 수치가 99를 찍을때 무통 맞기 전보단 확실히 좀 덜 아픈데 50~70 정도 수치일때의 고통이 계속 느껴졌음. 친정 부모님이 한시간 반 거리 달려오셔서 함께 있다가 밤이 되어 부모님은 입원실에 가서 쉬시라고 함. 무통을 맞았는데 아프다고 간호사분께 말씀을 드리고 화장실에 갔는데 피가 나와있었음. 내진을 하니, 바로 지금 애 낳아야겠다고 하심. 내가 진진통을 너무 어마어마한 극강의 고통이라 생각해서 아, 출산 직전엔 더 어마무하게 아플것다 하며 계속 혼자 참고 있었더니 이렇게 진전된 줄 몰랐나봄. 나도 몰랐음. 그래서 처음 병원와서 내진하고 애 낳기 직전에 내진, 딱 두번 함.




2.10


갑자기 바쁘게 뚝딱뚝딱 가림막 같은게 들어오고 간호사가 세분 되고 침대가 분만침대로 변신하고 바빠짐. 뭔가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여서 간호사 분에게도 전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됐는데요? 함. 호흡하라하고 진통이 올때 힘을 주라고 함. 그래도 시키는대로 했음. 진통이 올때 두세차례 정도 힘을 줬던 것 같고 그렇게 진통이 몇차례 오고 나니 어느새 원장님이랑 잠시 나가있으라했던 남편이 들어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힘을 주는 동안은 숨을 참고 그 다음 숨을 내쉬는데 중간에 잠깐 아 나 이거 못하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음. 힘 주기가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이게 힘을 안주면 끝나는 거나 피할 수 있는게 아닌지라.. 힘을 줘야 이게 끝나니까 힘을 줬음. 내가 숨을 참고 힘을 줄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참고 더 힘을 줘야하는 것 같음. 한계보다 더 힘을 주니까 응애 하고 아가가 태어남.


진통하며 힘을 준 시간은 이십분이 안넘었었어서 순산이고 간호사들에게 칭찬도 받았음. 내가 생각하기에도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데 이 정도 고통이면 참을 수 있을만한 고통인것 같음. 그런데 또 내가 살면서 이 정도의 고통을 받은 적이 있었나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님. 깁스도 한번 안하고 어디 꼬맨적도 없었는데 내 인생 겪은 고통 중에 제일 큰 고통이긴 함. 근데 그래도 각오했던것보단 참을만한 정도 ??? 이정도면 낳을만한데 ?싶음. 그래도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은 그런..


아 그런데 회음부 절개는 안했지만 찢어져서 후처치를 하는데 그게 너무너무 아팠음. 애 낳을때도 안울었는데 그때 울었음. 그때 계속 아파… 아파.. 하면서. 아가를 배 위에 올려주고 후처치를 하는데 아가가 귀엽긴한데 좀 무거운데.. 하는 생각이 들만큼 후처치가 아팠음 ㅠㅠㅠ 후처치 아프단 후기는 많이 못봐서 각오를 단단히 안해서 아팠나 어쨌나는 모르겠음.



끝 !


지금은 산후조리원도 나오고 집에서 아가랑 잘 지내고 있어요! 자연주의 출산은 못했지만 히프노버딩 책 읽었던 것이 출산 앞두고 마음가짐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긴 시간 아가를 낳고 살아왔고 나도 잘 낳을것이다! 생각하고 큰 두려움을 갖지 않았었는데 그러다보니 초산인데 마음 편히 아가 잘 낳은 것 같아요. 고통이긴한데 참을만한 고통이니 마음 편하게 먹으시면 좋겠어요 :) ㅎㅎㅎ 아가바보가 되었으니 아가 사진 잔뜩과 함께 뿅… 모두 십오분만 힘주고 아가 낳고 순산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