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과 행동

[Doer] KTX 동반석의 인연

by Doer Ahn 2009. 11. 11.


KTX 카풀. 

아는 이들은 모두 알겠지만, www.ktxcarpool.com에서 KTX 동반석(4인석)을 예약하면 47,000원에서 53,000원까지하는 KTX를 30,000원에서 32,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

나는 이 할인 제도를 매우 오래 전부터 이용해왔다.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과, 그것이 계속 이어져서 만들어진 기막힌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꽤 중독성있다. 

오늘(11월 10일, 화) 오후 3시경. 무작정 120,000원을 배팅하고 저녁 8시 부산발 서울행 동반석을 예약했다. 예상했지만, 억울하게도 인원은 한 명 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에 나는 '늘 하던대로' 역으로 조금 일찍 나가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를 벌였다. '서울! 3만원!' 자연스럽게 줄 서있는 사람들은 휘둥구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몇 몇은 의심스러운 촉수를 놓지 않은 채 뭔 소린지나 들어봐야 겠다며 관심을 표해 오고, 그 중 몇 몇은 여전히 의심의 고리를 풀지못해 거래를 그만둔다. 사실. 오늘은 모두 관뒀다. 순간 '내가 호감형 남자라면 어땠을까?'하는 자괴감도 스쳐가고....사람들 말로는 그냥 전액 지불하고 30분 출발이 빠른 7시 30분 차를 타겠단다. 

이에 나는 두리번 두리번거리다가 티켓박스로 향하는 외국인 둘을 보고 따라 붙었다. 'Seoul! 30,000 Won!' 그 친구들은 '아이고 놀래라!'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관심을 얻은 나는 즉시 동반석 할인의 놀라운 마술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듣고보니 이거야말로 아껴가며 해외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완전 행운의 소식 아닌가. 그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함께 탑승했다. 

그들은 브라질리안. 세계 여행 중. 그린피스 직원. 이직 준비 중. 프랑스,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고, 뉴질랜드로 떠날 것. 여성 동지는 웹 디자이너. 남성 동지는 선박 기술자. 한국 거리에 교회 십자가가 매우 많은 사실에 놀람. 구속된 삶을 싫어함.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함. 스스로 의미있는 단체를 설립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나의 제안에 그건 본인들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대답함. www.couchsurfing.com을 통해서 무료 숙박 여행 중. www.orkut.com이라는 브라질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에서 친구 맺기를 제안함. 

추가로. 이렇게 낯선 사람의 열차 할인 제안에 동승까지 하는 일은 불신 분위기가 만연한 브라질에선 있을 수 없지만, 이번에는 특별하게 내가 믿을만하게 생겨서 승낙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 말을 신뢰하진 않는다. 기분만 좋을 뿐이다.

그들이 NGO에 근무하는 연유로, 최근 한국 젊은이들이 곧잘 이야기하는 직종인 소셜 디자이너와 희망 제작소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더니 무척이나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다. 아마 내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일과 관련해서 만나게 될 듯. 


나는 이런 식의 만남을 통해, 내 삶에 적잖은 의미가 된 사람들을 주변에 적잖이 가지고 있다. 2005년 만남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데,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열차에서 울어버린 미군 케빈, 내게 주식 속에 투영된 인간의 삶을 보여준 포장마차 식구들, etc.


더 자유롭고 쿨하게 살자.

마음을 열면 가능성은 무한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