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한국 IBM에서 근무 중이신 선배님과 면담하였습니다. 후배 사원을 향한 선배님의 진심어린 조언을 정리해봅니다.
첫째, 사업을 궤도에 올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일단 비교적 불안정한 현금 흐름의 세상으로 뛰어든다는 것과 같다. 불안정한 현금 흐름은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부모님과 형제, 아내 그리고 장인, 장모 어르신들까지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결혼 전에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것은 결국 당신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즉, 장사 또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실업자와 같은 처지일 수도 있다. 안정화되기 전에는 한 푼도 못 버는 날이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이러한 불안정 끝에 안정이 찾아올지 또한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매우 낮은 확률로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본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나라고 안 될게 있겠어?'라는 질문만으로는 위험하다. 책에 나오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은, 매우 높은 확률에 속하는 그룹이며, 우리는 그들을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담한 용기,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 낙천성 등과 같이 대중이 알고 있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들. 이런 특징들은 성공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봤을 때 공유하고 있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특징들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그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성공 사례를 소개한 책에서 줄곧 비슷한 이야기만 접해왔기에, 패턴을 갖춘 특징들이 마치 성공과 연결되는 보증수표인 줄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은 개인의 실력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공을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과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하물며, 선명한 목표와 계획 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그 환경과 운도 따라주기 어려울 것이다.
설혹,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고 이제는 그것을 정비하며 유지해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자. 중소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지만, 기업의 사장은 오히려 당 기업을 유지하기위해 종처럼 살아야하는 게 대부분이다. 종업원들은 매달 일정하게 급여를 원하고, 사장은 누가 싫든 누가 좋든, 너무나도 빨리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매달 일정한 날에 꼬박 꼬박 종업원에게 급여를 지급해야만 한다. 예전에 모 기업에서 사장직을 맡고 있던 분이, 당시 연봉이 1억이 넘었음에도, 회장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표를 제출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낸 후 퇴사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Book Cafe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의 꿈을 향한 과감한 도전은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홍천에 위치한 그의 가게에는 한동안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년 후. 그가 꿈에 그리던 그 일은 그를 기업의 사장에서 테이블 닦고, 커피 리필해주는 아저씨로 전락시켰고, 말 안 듣는 종업원 교육시키는 잔소리꾼으로 몰아 넣었으며, 매스컴의 열기가 시들해진 시점에는 손님마저 줄어만 갔다고 한다. 그 시점에는 그는 기업의 사장 자리가 다시 그리워지지 않았을까.
둘째, 돈 뿐만이 아니라, 명예도 필요하다.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사장들이 미 대사관에 초대받는다거나, 모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졸업생 명단에 오르는 일은 드물다. 그들은 어쩌면 대기업의 사장보다 10배 이상 고생과 노력을 경주할지언정, 그만한 명예를 얻지는 못한다. 사회에는 등급이라는 것이 있다. 군대의 장성이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닐터이지만, 그가 얻는 명예는 대단한 것이다. 행복에 필요한 것이 돈만으로 족하다하면 그것을 좇아 사업을 펼쳐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어쩌면 편하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을 택하면서, 약간의 금전적 이익을 포기하고, 명예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특권이다. '장인, 장모님. 저는 추후 반드시 국내 모 대기업의 사장 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장이 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반드시 당신의 선명한 비전을 신뢰할 것이다. 그 자신감은 안정된 커리어에 기반한다. 반면, '저는 스스로 일으킨 중소기업의 사장이 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무도 당신의 자식을 쉽사리 맡기려하지 않을 것이다. 믿지 못해서는 아닐지언정, 불안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그 보다 나은 선택지가 많다.
셋째, 분별이다. 오랫동안 지키고 싶은 이들을 지키기 위한 분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분별. 사업을 일으키게되면, 주말을 포기해야 할 공산이 크다. 월급쟁이들은 퇴근 후 또는 주말에, 가끔 시간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은 조금 쉬어도 꾸준한 월급을 얻는다. 하지만 자기 사업을 하는 이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들이 닥칠지 모르는 고객을 접하기 위해서 낮, 밤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일 손님이 얼마나 올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에 일단, 가게로 나간다. 손님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그날 장사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당일 무급 실업자인 상황과 같다. Doer가 13살이던 당시, 어머니께서 '오늘 하루종일 라면 한 그릇 팔았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이렇게 자기 시간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업에 대한 고민과 가까워지고, 사람들과는 멀어지게 되어있다. 여유로운 회사원들에게는 아내, 자식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사업가들에 비해서 훨씬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또 하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볼 줄 아는 분별이다. 퇴사의 이유가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가정의 행복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그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안정될 수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라. 스스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이고, 그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하나 하나 점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진정한 주인의식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진정한 의미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주는 자리는 없다. 주인됨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고, 진정한 주인은 남을 섬기는 자세에서 비롯한다. 또한, 가세를 일으키기 위한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조급하게 뛰쳐나가는 것보다는 대기업에서 꾸준히 가랑비스러운 연봉을 맞고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훌륭한 판단일 수 있다. 집이 어려울수록 회사는 오래 다니는 게 낫다. 왜 불확실성으로 뛰어드는가. 주변 사람 마음에 들 병도 헤아려 보라.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자신만의 기업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를 통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필시 다른 이들의 도움과 과거의 기반을 바탕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순수한 창조는 아인슈타인에게도 어렵지 않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보고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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