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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소년원에 다시 가고 싶다. 아이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by Doer Ahn 2016. 8. 11.




2016.08.10. 한길정보통신학교 앞에서




한길정보통신학교. 분명 강의하러 간 곳은 학교였는데, 넓은 주위를 둘러 2중으로 철조망이 쳐져있더라. 학교라서 학생들 만날 생각만하고 왔는데, 당도한 곳에서 높고 날카로우며 분단의 상징같은 철조망을 먼저 만나니 간담이 어스라해지고. 바로 몇 분전까지 오름 너머 오름이 병풍처럼 연출하는 제주 중산간 도로의 장관에 연신 감탄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다른 세상에 다다른 것 같은 뜻밖의 충격에 주위를 빙빙 둘러 운전하며 한참 사색에 잠겼다. 


학교 본관. 출입시 법무부 직원이 지문을 찍어 철창을 열어줘야 드나들 수 있었다. 복도 좌우로 천주교, 기독교, 불교 세 종교가 어떤 표어도 없이 교명만을 간판으로 걸어놓고 나란히 같은 양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셋 모두 불을 끄고, 침묵하며 - 현실 세상에선 보기 어려운 풍경인데. 조금 걸어가자 왼쪽으로 이발소가 나왔다. 이제 막 빡빡 민 민둥머리에 흩붙은 머리카락을 툴툴 털어내는 거체의 근육이 양팔 문신과 함께 우락꿈틀부락하더라. 아. 뭔가 다르다. 


철창 안 복도의 또 다른 철창과 복도. 불안과 두려움의 앞으로 나란히. 여기에 정말 18세 전후의 아이들이 살고 있단 말인가. 철창 너머에서 짙은 땀내음이 섬지역 특유의 밀도 높은 습기와 너울섞여 스며나왔다. 왠만한 상대라면 무엇이라도 그 무게로 짓눌러버릴 것 같던 습한 공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폐쇄된 동굴을 울리듯 쩌렁쩌렁 목소리가 관통해나왔다. 거칠고 앙칼진 듯하지만 결코 세월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젊은 그대들의 목소리. 하루가 지난 지금도 선명하누나. 제주 소년원 아이들 목소리.


나는 어린시절 늘 소년원에 감직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이었다. 싸움을 하면 대부분 졌고, 따라서 울면 늘, 거의, 먼저 울었다. 깡다구가 없고 심약해 짝지가 학기 시작할 때 그어 놓았던 긴 나무 책상의 중간선을 좁혀와도 저항하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 양아치가 자기 숙제를 대신 하라고 강제하면 분하고 억울해하면서도 그 숙제를 해주었고, 복도를 걷다가 양아치가 내 팔을 창문틀에 끼워놓고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해도 따로 저항은 하지 않고 그저 수업시간 종이 울려 그 고통이 끝나기를 바랬을 뿐이다. 같이 학교를 다니는 두살터울 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일렀다가 걔네들 형한테 우리 형이 맞을까봐 혼자 속만 썩었다. 글로 적다보니 여러가지 이벤트가 생동감있게 마음을 살아때리어 차마 더 적어나갈 수가 없다. 나는 소년원에 감직한 아이들의 피해자였다.


영재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면 살아온 길이 엇비슷해서 그런지 서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상승조합의 마무리를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낯설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정반합. 우리는 어떤 합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떤 합의와 그 너머의 감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연단에 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까지 품었던 것 같다. 이후의 발언은 거의 무의식에 가까웠는데, 그 모든 내용을 이곳에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다. 그것은 내 육성을 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문이 아닌 시로 쓰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시를 적을 자질이 없다. 그래서 아직은 육성 뒤에 숨고 싶다.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 하나 자지 않고, 경청해주고, 여러 번 크게 웃어주었으며, 기립 박수 수준의 박수를 쳐준 아이들을 보며 어린시절 나 살던 모습이 울컥 떠오르더라. 그 좁디좁은 하늘이 전부인 줄 알았던 너와 나의 좁디좁은 어린 시절.


왜 좀 더 일찍 화해하지 못했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화해할 수 있을까. 소년원에 다시 가고 싶다. 아이들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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