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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결혼식 사회 정말 잘보는 팁

by Doer Ahn 2015. 10. 5.

2013.05.25. 꼬꼬와 도도의 결혼식날









하비 형님 결혼식 사회를 보러 가던 날, 축의금 전달을 부탁하던 성경 형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영일아~~ 사회잘보구~~ㅋ 결혼식 사회를 자주 본다는건 그만큼 널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많다는거니까.. 행복한거다.^^"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된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자주 경험하다보니 '어떻게'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이 몇가지 생겼다. 이 글에서는 그 원칙을 공유한다.





01.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

개식 전 안내방송을 마친 후 본격적인 개식 선언에 들어간다. 이때
'자, 그러면 지금부터 신랑 아무개군과 신부 아무개양의 예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된 신랑의 친구 안영일입니다.' 정도의 멘트만 날리면 일단 무난무탈할 수 있다. 하지만 무난무탈한만큼 재미도, 감동도, 특색도 없다. 그것이 굳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예식의 시작은 모든 부부를 위한 모든 행사가 되어버린다. 무색무취한 서막이 오른다.

조금만 노력하면 여기에 색을 입을 수 있다. 세상 누구도 아닌, 당신만이 입힐 수 있는 색. 당신과 신랑 / 신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만 가능한 이야기. 
사회자 본인이 '왜? 오늘 사회를 맡게 되었는지 소감'을 담백하게 밝혀보면 어떨까.

사례 1.
"자, 그럼 지금부터  신랑 ㅎㅎㅂ군과 신부 ㅇㅈㅅ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된 안영일이라고 합니다.(인사) 오늘 예식으로 신랑이 될 ㅎㅂ 형님은 2012년 충무로의 한 옥상파티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파티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다소 어색했던 저였지만 훈범 형님이 연신 맥주를 따라주며, '이거 오늘 우리가 다 마시자'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신랑 훈범 형님은 늘 저에게 베풀기만 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강연을 간다고 하면 브로치를 챙겨주고, 제 생일일 때는 와인을 챙겨주고, 제가 외롭고 고독할 때는 소주를 챙겨 주었습니다.

그렇게 함께하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어느덧 이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형님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례 2. 
"지금부터  신랑 ㅈㅇㅈ군과 신부 ㅇㅈㅎ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게된 안영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신랑이 될 ㅈㅇㅈ군과는 학교 선후배 사이고, 2007년에는 룸메이트로써 함께 방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저희가 다니던 포스텍에서는 룸메이트를 방돌이라고 부르는데요. 여성들은 방순이구요^^ 방돌이라는 정감 넘치는 단어 때문인지 항상 서로에게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넘칩니다.

학창시절 저는 용준이에게서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끈기와 열정. 그리고 섬세함. 끈기로 말할 것 같으면 1년 내내 알바로 돈 모아서 카메라 사고, 커피 사고 ㅋㅋㅋ 그래서 저는 용준이를 커피보이라고 불렀었습니다^^ 커피보이~~~

둘이 방에 누워서 엔니뇨 모리코네와 요요마의 음악을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의젓한 모습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ㅇㅈ이를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02. 정성껏 상황을 묘사하자

개식선언을 마치면 일반적으로 양가 어머님 화촉점화 순서가 이어진다. 이 순서는 보통 '양가 어머님, 입장!' 구호와 함께 시작되고 배경음악과 함께 진행되며 양가 어머님이 착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평균 80초가 소요된다. 

늘 조금 지루하면서도 꼭 필요한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던 생각이 있다. '어머님들이 참 곱구나..그래서 저런 멋진 아들 딸을 낳아 기르셨구나..저 수줍어하시는 모습...마치 소녀같기도하고..아, 그러고보니 처녀시절 모습이 보이는 듯하기도하고..'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양가 어머님이 화촉점화를 위해 입장하실 때 나레이션을 넣기 시작했다. 조용히, 속삭이듯이.

"네...수줍은 듯 두 손을 꼬옥 붙잡은 양가 어머님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계속 박수 부탁드립니다. 총총걸음 한걸음씩 연단으로 다가오시는 두분의 모습에서 지난 시간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길러주신 세월이.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의 꿈이 피어오르는 듯합니다."

"화촉에 점화를 하시는 두 손. 지금 저 작은 촛불로 예식이 시작되지만 어머님들의 마음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축복으로 예식의 주인공이 될 두 사람의 미래가 이 세상에서 더욱 밝고 큰 불빛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박수 부탁합니다."

동일한 수준의 묘사가 필요한 또 다른 식순이 있다. 바로 신랑신부가 양가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순서다. 당신이 사회자가 된다면 꼭 자세히 관찰해보길 바란다. 신부 아버님들은 대부분 약속이라도 한듯이 눈가가 젖어있다!! 그때를 놓치지말고, 위로의 한마디. 축복의 한마디. 용기의 말을 건내자. 그 감정을 마이크를 통해 전하자. 몇몇 청중이 울기 시작할 것이다. 


03. 중요한 식순에 감초
를 더하자

오늘의 신랑신부는 그냥 신랑신부가 아니다. 당신이 아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연애할 때 그들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던가.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어떤 사람이었나. 예식 전 이 이야기를 파악해둔다면 신랑신부 입장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들어 신부입장시 다음과 같은 멘트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자, 이제는 오늘의 주인공. 진짜 주인공 신부가 입장할 차례입니다.

음. 흠흠. 

그녀는 작년 이맘 때쯤 평생을 함께할 그, ㅈㅇㅈ군을 만났습니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녀.
그리고 동시에 등단한 시인이며 벌써 세번째 에세이를 출간하기 엄친딸 그녀!
지난 반년동안 수원 연구소로 출퇴근하던 남자친구가 혹여나 아침을 거를까 매주 비타민과 간식을 챙겨주고, 옷 살 시간이 없을 그를 배려해 계절에 맞는 옷들을 몰래 사놓기도하는 내조의 여왕 그녀!!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상상하지도 못한 사랑을 주는 오빠. 오빠를 만나고 슬픈 노래도 아름답게 들려. 왜냐하면 그 어떤 슬픔이 있어도 같이 나눌 사람이 생긴 것 같아서...'라는 편지로 ㅇㅈ군의 심장을 저격한 그녀!!!!!

그녀가..(감개무량하게) 그녀가!!! 입장합니다. 

하객 여러분!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신부입장(힘차게)"


04. 퇴장 행진 순간까지 멘트를 잊지말자

늘 예식을 진행하면서 느낀거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하객들이 마지막까지 예식을 지켜보고 있다. 그 자리에 끝까지 앉아있는 하객들이라면 응당 그러할 것이다. 식사나 다른 일정이 바쁜 분들은 이미 그 자리에 없다. 그 분들에게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여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자. 

예를들어 신랑신부 퇴장 행진 전 다음과 같은 멘트를 드린 적이 있다. 많은 하객들이 예식 후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더라. 

사례1. 
"신랑 신부가 100일이 되었을 때, 신부가 신랑에게 100일동안 신랑을 만나며 있었던 일들을 책으로 엮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시를 읽으며 오늘의 예식을 마치겠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야, / 가장 쉬운 위로의 방식으로 / 아름다운 차이를 주자
아파도 기념일이 되자 / 깊은 너보다 많은 우리가 되기 위해 / 마치 처음처럼
한번도 조율된 적 없지만 / 오늘도 피아노를 조율하자

깊은 기념보다는 많은 기념을 위해
깊은 기념보다는 많은 기념을 위해

처음 부부로 연이 맺어진 오늘 많은 축하를 받는 두 사람,
앞으로 펼쳐질 깊은 기념의 나날을 위해 새로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행진을 하겠습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힘찬 박수로 새로운 출발을 축복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행진(힘차게)"


사례 2.
"고대 산스크리트 시인이 말했습니다. 

세상을 정복하더라도 / 나를 위한 도시는 오직 하나뿐
그 도시에 나를 위한 한 채의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집안에 나를 위한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에 침대가 있고, 
그곳에 한 여인이 잠들어 있다. 

내가 있을 곳은 오직 그곳 뿐.
내가 있을 곳은 오직 그곳 뿐..

처음 부부로 연이 맺어진 오늘 많은 축하를 받는 두 사람,
이제 두 사람이 있을 곳은 그곳 뿐입니다. 

단 하나의 그곳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하객 여러분께서는 힘찬 박수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랑, 신부 행진(힘차게)"









그 외 주의 사항
01. 어설픈 이벤트하지마라. 예식을 노동으로 전락시켜버린다.
02. 늘 주위를 살펴라. 특히 신부 드레스 정리가 안 끝났는데 이동 명령을 내리면 안된다.
03. 하얀 장갑을 끼고 있어라. 박수를 유도하고 제스처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04. 큰 글씨의 식순을 출력해가고, 펜을 준비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라.
05. 늦어도 식전 30분까지는 도착하자. 본인과 신랑이 알고 있는 식순과 예식장이 알고 있는 식순이 동일한지 체크해야 한다.

노파심에 경고
이 글을 읽고 자신감에 충만해진 사회자여. 예식의 주인공은 당신이 아니다. 과도한 물량의 발언은 삼가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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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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