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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erTalk45

[Doer] 밤 11시. 지독한 추위에 따라 자연스레 찾아온 한국인의 욕망. 라.면. 내가 아는 한, '낭만파에 속하는 어떤 한국인들(?)'은 특정 식품들에 대해서 단순 먹을 것 이상의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는 것 같다. 비오는 날의 정령과 같은 존재, 막걸리와 파전. 희노애락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정신과 의사들의 최대 경쟁자, 소주. 어린시절 방과 후 발걸음을 바쁘게 하던 분식집의 대마왕, 떡볶이. 엄마와 함께 희희노닥거리며 처음 담아봤던 빨강 김치. 그리고 외로움과 추위를 달래주는 자취방의 수호신, 라.면. 그래. 나는 오늘 밤 11시. 바깥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이 혹한의 날씨를 핑계 삼아. 영혼처럼 방 안을 부유하는 그대의 연기와. 공복의 허기를 달래줄 그대의 부드러운 면빨과. 공허한 자취방 구석의 사운드를 후루룩짭짭 채워 줄 그대의 음성이. 그것들이 그리워. 그리워. 참지 .. 2011. 1. 10.
[Doer] 진정 밝은 해는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른다.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영감은 비록 영감으로 발음되기는 할지언정, 낡은 곳에서 공짜로 흘러 나오는 게 아니다. 영감은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에너지로부터 솟아 오른다. 아침 일찍 남산으로 뛰어 올라가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시야를 가리는 빌딩 숲 때문에, 만족할만한 일출 감상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결국, 7시 47분으로 예정되었던 일출을 기다리지 않고, 터.벅.터.벅.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몇년 전,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으로 유명해졌던 현각스님이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은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하는 동안, 물질적 진보와 일방 통행만을 추구하는 동기생들의 삶에 회의를 느껴 불가에 귀의했다. 하지만 산 속에서 도를 닦으며 깨달.. 2011. 1. 9.
인도 여행: 지도 밖 행군 프롤로그. 천부지도(天附之道). 하늘이 내려준 길.인도 여행을 마친 후, 본격적인 숨 고르기와 가슴 펴기를 하기 위해 부산의 고향집으로 내려왔다.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여느 대관집입구처럼 크고 화려한 명패가 달려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금새 내 어머니의 향기를 맡을수 있다. 태아적부터 늘 함께 한 사람의 향기..그리고 그 느낌..조악한 공사가 남긴 콘트리트 바닥의 좁은 틈새. 어머니는 그 틈에 거름을 집어 넣고, 씨앗을 심어 이 친구들을 기르고 계신 것이다. 우리집이 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 동네에서 이런 식으로 화초를 기르는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던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를 두고 기적같은 일이라며 입을 모으신다. 콘크리트 바닥 틈새에 씨앗을 뿌리는 일. 처음엔 다들 아무 신.. 2011. 1. 3.
인도 여행 중 볼리우드 영화 '내 동생의 신부' 엑스트라 출연하던 날. 저의 인도 여행은 볼리우드 영화 '3 얼간이'로 시작해서 '3 얼간이'로 끝났습니다. 당초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던 오랜 계획을 접고, 인도행 티켓을 산 것은 이 영화를 본 직후의 결정이었죠. 저는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인도 영화 산업의 저력을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고, 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인도 여행을 준비하던 짧은 기간동안 저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번째는 저의 사명, 직업과 관련된 일인 도심 개발 및 디자인 프로젝트 참여. 두번째는 저의 즐거움, 취미와 관련된 일인 힌두어 학습과 높은 회화 수준 달성. 세번째는 볼리우드 영화 엑스트라 출연이었습니다. 여행 36일째.. 전자의 두 목표는 확실한 달성 또는 초석을 다지는데 성공했지만... 볼리우드 영화 출연 목표.. 2010.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