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을 하던 중 디자이너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혹시..살면서 무료하다거나,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나, 추욱~처질 때나 그럴 때는 없으세요?"
금방 답변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워낙 조증(Manic) 상태로 사는 스타일이라 그런가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당연히 무료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특히, 대학시절 방황할 때는 더욱 그랬다. 길을 잃고 헤매인다는 말이 눈에 보이는 길이 아닌 마음의 눈을 비유한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 때도 있었다. 혹시, 최근에도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디자이너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음...제 생각엔 뭔가 변하려고 할 때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걸하다가 저걸하려고 하면 그 사이에 공백이 생기죠. 벌어진 틈이 생기는거예요. 그 틈이 바삐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으면 시린 바람이 스며듭니다. 이 빠진 잇몸과도 같아요. 그 변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죠. 그럴 땐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길을 잃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저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겪은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 저는 늘상 휴대폰을 손에 붙들고 다녔어요. 손바닥은 N극. 휴대폰은 S극. 어느 날 파파라치 프로젝트를 하는 누나가 저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사진촬영해주었었는데,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그리고 자주 아래를 내려다보고 다니는지 깨닫게 된거죠. 그리고 무심결에 왼쪽 아랫입술을 깨무는 버릇도 발견하게 되었어요.
2013년 10월 12일, 대구 e-FUN 게임축제 특강 가는 길
Photo by 김현정 누님
헌데, 올해는 의도적으로 휴대폰에서 반보 거리를 두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연초에 한동안, 지금 떠오른 단어로 정의하자면, 일종의 모바일 금단현상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술과 담배를 끊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똑같습니다. 딱히 할 일이 없는데도 주머니로 손을 넣습니다. 휴대폰을 꺼내죠. 스크린을 켜고, 페북에 들어갑니다. 이메일을 체크합니다. 몸에 벤 습관인거예요. 이렇게 몸은 습관을 탐하는데, 의식이 습관을 경계하다보니 몸과 마음 사이의 빈 공간으로 시린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모바일 전과 후, 나는 더 행복해졌는가?', '나는 왜? SNS를 사용하는가?', '모바일은 나에게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시작되었죠. 변화는 항상 마찰을 수반합니다.
여기서 뜻밖에 저를 구해준 건 카메라였습니다. 카메라를 구입한 후 대개의 경우 저는 오른손에 카메라 스트랩을 감고 다닙니다. 그러다보니 길을 걷다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졌어요^^;; 제 카메라(캐논 EOS 5D Mark 2)로는 인터넷 접속이 안되므로 할 수 있는 일이 사진 찍는 것 외에 없습니다. 헌데, 이 작은 변화가 저의 습관과 의식에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모바일이 일상에 깊이 침투해있던 때에는 거리를 걸을 때나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모바일로 자꾸 손과 눈길이 이동하는 금단현상^^이 발생했었는데, 이제는 반강제적(!)으로 그짓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관찰력'을 키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시야의 확장'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일본 사가현 다케오 올레
습관적으로 바닥을 보던 시선이 주위를 향하게 된것이죠.
자연스럽게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각도와 관점이 자라나고, 관찰 근육의 성장을 체험하게 됩니다.
새로운 발견이 많아집니다.
'모바일 전과 후, 나는 더 행복해졌는가?'
모바일에서 반보 물러나 의식과 기준을 정하며 쓰고 있는 현재 상황이 더 행복해진 건 확실합니다. 일상이 풍부해졌거든요. 모바일에서 분명히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왔고, 지인과 <좋아요>로 정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느끼긴 했습니다. 이 좋은 용도를 폐기하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역시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해가 된 것 같습니다. 아내와 식사하고 차를 마시는 중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과거는 잘못되었었습니다.^^;
그럼, 본인도 카메라를 사야하냐구요? 아니요^^ 그건 저의 경험일 뿐, 본인에게도 맞는 정답은 아닐 수도 있어요. 만약 저와 비슷한 금단현상을 겪고 있다면 본인은 어떻게 그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글을 적다보니 실제 디자이너와 대화 나누었던 것보다 더 정리가 되네요^^;;
※
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우리는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세상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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