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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는 나만의 방법

by Doer Ahn 2011. 9. 5.


Photo courtesy of Sanctuary photography on Flickr


나는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판별하는 고유한 구분법을 가지고 있다. 이 방법이 세간에 공개되면 이것조차 누군가에게 학습될까봐 사적인 자리에서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인간이 얼마나 변화하기 어려운가를 실감하면서 이 황금 노하우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의 과학자 뒤세느가 진짜 미소는 눈과 입이 함께 웃고, 가짜 미소는 입만 웃는다는 사실을 발견(영문 링크)한 이후, 주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그것을 정설로 믿고 있는 느낌이다. 심리학 관련한 서적을 꽤 많이 독파한 나의 동거남도 '왜? 그렇지?'라는 의문은 뒤로한 채 '그냥 그게 맞는 것 같다'라는 다분히 권위에 의존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올해 초, BBC에서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대중이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구분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Spot the fake smile




나도 이 실험에 참여해보긴 했지만, 납득할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직관과 판단에 의하면, 사실은 이런 테스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날 때부터 안면 근육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특히나 신체에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과학자들이 주장해 온 어떤 주장도 갖다 댈 수 없다. 나아가 안면 근육이 특정 방식으로 움직이는 미소가 매뉴얼화 된다면 직업적으로 미소를 아름답게 보여야 할 의무가 있는 스튜어디스나 연예인들 또는 그런 미소를 지향하는 대중은 진.짜.미.소.를 학습할 수가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항공기나 TV에서 접하는 그들의 미소는 대부분 고도로 아름답도록 훈련된(또는 정말 신이 내린) 만들어진 웃음일 뿐, 진짜 웃음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통념상 인정받고 있는 구별법은 학습되거나 조작될 수 있으며 특정 인물들을 거침없이 배제하고 있다는 면에서 더 이상 신봉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가 진짜 미소와 가짜 미소를 구분할 때 가장 집중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변화의 순간'이다. 웃음은 전후사정이 갖추어져 있는 맥락 안에서만 해석이 가능하다. 정지된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결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크던, 작던, 여러분이 진짜 웃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그 웃음은 '관성'을 가지고 있다. '관성'이란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하고, 정지해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있으려 한다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을 말한다. 웃음에 여러 종류가 있지만, 박장대소나 포복절도의 경우는 웃음이 온 몸(특히 복부)에서 시작되어 얼굴로 번져 나간다. 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박장대소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려고 해도 몸에서 일어나는 그 폭발적인 관성 때문에 웃음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진짜 웃음은 한 방울의 잉크가 물에 퍼지는 듯 온 몸의 즐거움이 얼굴로 퍼져 나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로 웃을 경우에는 얼굴 웃음을 강제로 멈추려해도 쉽게 제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서양의 과학자들은 국지적 관찰에만 급급하여 웃음을 판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제적 관성을 지나치고 있었다.

웃음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 바로 '웃음을 거두는 순간'에 포착된다. 웃음을 얼마나 쉽고 가벼우며 비천하게 거두는지, 웃음을 거두는 방식과 웃음을 거둔 직후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가짜 웃음은 계산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웃음이 프로그래밍된 로봇과 같다. 그래서 가짜 웃음에는 몸과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없다. 그 웃음에는 관성이 없다. 그래서 쉽게 웃음을 거둘 수 있다. 웃음을 거둔 직후의 순간. 그 찰나의 표정. 그 순간을 잡아낼 때, 우리는 '진실의 순간'에 닿을 수 있다.

흐뭇해하는 웃음이나, 사르르 녹는 듯한 가벼운 미소에서는 이 '변화의 순간'이 매우 미세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좋은 판단을 위해 깊은 직관이 필요하다. 가짜 웃음과 달리, 진짜 웃음은 웃음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몸과 마음에서 샘솟는 웃음의 샘물 때문이다. 진짜 웃음에는 눈, 입 꼬리 뿐만 아니라 안면 근육과 온 몸에 미세한 '미소의 흔적'이 남는다.  

나는 하하호호 생글방글 샤방샤방 미소를 지은 촌극의 직후, 언제 웃었냐는 듯 아무런 여운도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되돌아가는 이들을 경계한다. 

이것은 동물적인 직관의 일부다.

 


댓글4

  • 상범 2011.09.06 22:50

    웃어요! 과거보다 지금은 많이 웃고 있어요! 혀여어엉~!영일형 보고싶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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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er Y. Ahn 2011.09.08 16:12

      마이 부롸둬~! 많이 웃는다니 너무 너무 좋구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연휴 기간동안 부모님께 효도하고, 우리 상범이 쑤욱 쑤욱 성장하자꾸나~ :-) 시간날 때 형집에 한 판 놀러와~ ㅎㅎ

  • Name 2015.07.27 11:24

    참웃음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고 일반적인 설을 저도 신봉하고 있었으면서도 나름 한 편으로는 매스컴을 통해 보여지는 숙련된 웃음에 대해서는 일반화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너무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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