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으로부터 나의 진정한 경쟁자는 교내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경쟁자는 과학고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내 성적이 학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기 때문이란다. 선생님의 말씀에 잠시간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친구들과 경쟁하기는 싫거든!!’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등을 차지하려는 2등과 3등의 불타는 마음은 친구들에 대한 나의 믿음을 처참하게 연소시켰다. 나아가,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고 야생처럼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친구가 되기 힘들었고, 그러나, 그래도 우리는 이상하게도 친구처럼 잘 지냈다. 무엇이 우리 관계를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다음 국어 시간까지 기미독립선언서 두 페이지를 외워오라고 지시했다. 나와 천재로 불리던 잠꾸러기 부반장에게만. 못 마땅했다. 그래서 외우지 않았다. 다음 국어 시간이 왔을 때, 난 선생님이 그걸 기억 못하시기를 바랬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일으켜 세워 암송을 지시했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나는 두 세 문장도 채 제대로 암송하지 못하고 어버벅거리고 말았다. 그가 재촉했다. “다시!” 나는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암송하고는 멈췄다. 몸에서 기운이 추욱 빠지는 듯했다. 그러자 그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시!!” 그러나 나는 또 다시 같은 반복을 하고는 멈추고 말았다. 그러자 그가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외웠나?” 심장 속에서 ‘외우기 싫었어요’라는 말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고, “외우기 불가능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짧게 말했다. “나와!” 나는 앞으로 나가서 의례적으로 종아리를 걷어 올렸다. 그는 나를 앞에 세워 놓은 채 부반장에게 암송을 지시했다. 그러자 잠꾸러기 부반장 녀석은 꿈에서 조선시대를 갔다 왔는지, 두 페이지를 쉼표 하나 틀리지 않고 몽땅 암송했다.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부반장이 암송을 마치자, 선생님은 몽둥이를 왼손으로 잡았다. 그는 검도를 3단까지 수련한 달인이라 진심으로 화가 나면 왼손으로 몽둥이를 잡는다는 전설이 있었다. 당시 그 광경을 처음 본 학급 학생들 모두가 떨었음이 분명하다. 그 시절엔 왜 스마트폰이 없었을까? 내 마음 속의 비나이다 비나이다 간절한 소망과는 별개로, 강력한 체벌은 시작되었다. 종아리 위에 라면을 끓여도 괜찮을 정도로 열이 나는 듯했다. 이마에는 고통의 땀방울이 피처럼 맺혔다. 체벌을 지속하면서 그가 내게 물었다. “왜 안 외웠다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딱히 적절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대답했다. “외우기 불가능했어요!” 그러자 그의 매질은 더욱 거세어졌다. 이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고 오기가 생긴 나는 이를 악 깨물고 거친 숨만 내쉴 뿐, 조금도 잘못했다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중 불연 듯 부반장 녀석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녀석은 학교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 줄곧 잠만 자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그 사건 이후, 암기과목에 흥미를 잃은 나의 학교 성적은 1등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등을 바라보는 2등의 불타는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외우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외우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1등을 하지 않는 게 나았다. 그래서 나는 학교 성적으로 1등을 하겠다는 갈망을 내려놓기로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나에게 굉장히 많은 여유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그 당시, 그것은 내 인생을 약간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결정으로 인해,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나에겐 이성친구가 생겼다. 나는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너무 행복했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일지라도.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엑스타시라는 클럽을 결성하고 밴드에 준하는 클럽 활동을 했다. 온 몸을 토해내는 듯 노래하고, 그것으로 인정받는 게 즐거웠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일지라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 마시기를 즐겼다. 나는 술 마시며 친구가 되고, 공감 속에 하나가 되는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일지라도. 대학교 2학년 때, 나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스스로가 인간적으로 좀 모자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얻어 맞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인 친구들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일지라도.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다니던 학교보다 타 지역 다른 학교 수업을 원정 다니며 듣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했다. 내 가슴을 쥐어짜는 강렬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길이었을지라도. 대학교 4학년 때, 나는 유명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며, 안정적이기도 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버리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직장을 선택했다. 그게 편안한 삶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멋진 삶 일거라고 판단했다.

남들이 모두 지향하는 1등. 누구나 부러워하는 출세. 일반인들이 모두 열망하는 길에서 떠난 삶을 살기 시작한지 약 10여 년.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20대, 그리고 가장 행복한 20대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1등이 아닌,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1등.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일, 그리고 가급적이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사는 것.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은 과감하게 내려 놓고 사는 이 삶의 방식은 나를 무한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어른이 진지하게 놀기 시작하면 그것은 곧 직업이 된다. 나의 직종은, 아니 나의 놀이는, ‘철학적 디자이너’다. 이는 원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직종이지만, 내가 만들었으니 이제는 존재한다고 봐야 마땅할 것 같다. 이 직종의 역할은 세 가지. 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나는 이 모든 것이 너무 즐거워서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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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8ink(http://www.8ink.org)의 청소년직업소개잡지 우주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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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enta Hashimoto 2011/05/10 16: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あなたの人生は私にとって、お手本です。
    あなたの生き方は、とても素晴らしいと思います。

    兄!!
    また、会いましょう。

  2. BlogIcon KJ Eee 2011/05/10 17:0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캬... 답글을 안 달 수가 없구나. 너의 깊이는 스스로 아직 알 수 없으며, 자신을 이미 넘어서고 있는 듯 하구나. 생각한 자와 실행한 자의 차이점이 10년만에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이래서 좋아.

  3. 석지 2011/05/10 17: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역시 멋있는 brother~!!

  4. 귀염둥이 2011/05/10 21:20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 방망이는 사랑의방망이 요즘같으면나라가시끄럽겠지만 사랑에메는부지런히...

    • Doer 2011/05/11 13:00 Address Modify/Delete

      ㅎㅎ 사랑의 방망이면 당연히 부지런히 맞죠 :-)

      헌데 많은 경우에, 사랑의 방망이를 맞아도 그게 사랑의 방망이인지 모르거나, 사랑의 방망이로 위장한 화풀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아직 학교나 사회 시스템에서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 필터링을 못해주고 있죠.

  5. BlogIcon 신종은 2011/05/12 11: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브라보 마 빅 브로^^

  6. 청도 2011/05/19 19: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잘 있어요~
    브라더 벌써 보고싶네요!!
    인터넷을 사무소에서만 쓸 수 있는데 사무소에 앉아있지 않고 계속 교육이 있고 밖에서 일보고 해서 대화할 시간이 길지 않네요~ 주말엔 꼭 인터넷 달거에요:)

    • Doer 2011/05/19 19:54 Address Modify/Delete

      오~ 사랑하는 나의 시스터 :-)

      어서 어서 인터넷 달면 좋겠다~ :-)!!!

      난 아직 일하고 있지요~ ^^

  7. 2011/06/03 03: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Doer Ahn 2011/06/03 09:07 Address Modify/Delete

      네^^ 제가 주로 찾아 들은 수업들은 역사, 철학, 심리학 또는 사회학과, 신문방송학과의 전공 수업들이었습니다. 탄자니아에서 이렇게 댓글이 날아 오다니! 너무 놀랍네요! 거긴 많이 덥죠? :-) 감사합니다!

  8. 2011/06/08 07: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Doer Ahn 2011/06/08 09:01 Address Modify/Delete

      ^^ 막상 행동을 결심하고 발을 뗀 후에는 어려운 게 아무 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발이 움직인 후에는 그저 흐름에 모든 걸 맡길 뿐...헌데, 보통 첫 발 떼기를 너무 힘들어하죠 :-) 쌀쌀한 아침 저녁 감기 조심하세요~! 파이팅입니다!


1300K, 에코브릿지 카페 강연장으로 향하는 길.
회색 하늘을 보았다..



 돌연히, 분식이 먹고 싶어졌다. 
점심 때 수제비를 먹었지만..흠 흠.


 
금방 라면이 나왔다. 

면이 거의 익지 않아 과자를 씹는 것 같았다. 
좀 더 익혀 달라고 짜증스럽게 말하려다가..그냥 참았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도 내가 어리던 시절, 동네에서 분식을 팔았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붕어빵을 구워 팔았었고...
 
하루종일 비가 억수로 내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어머니는 살짝 웃으며 한 마디하셨다. 

^.^

'오늘 라면 한 그릇 팔았다'

...

그 땐, 그말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를 몰랐다. 
단지, 뭔가 속상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만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 불만없이 그냥 라면 한 사발 멋~지게 후루룩 잡수셨다. 
삼국지의 장비처럼 화통하게!



라면 국물을 후루룩 시원하게 비우고 나왔다.
길 건너 편에 강연장이 보인다. 
1300K 에코브릿지 카페.

 


여기는 뭔가...
조금 전 분식집과는 세상의 영역이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좁은 도로의 한 편에는 나의 과거가 있고.
다른 한 편에는 나의 현재가 있다.

뜻밖에도,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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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염둥이 2011/04/15 20:2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라면을먹었구나 ㅠㅠㅠ

  2. BlogIcon 김경렬 2011/04/18 22: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과거 현재를 다 기억하고 그 시간을 같이 사는 사람이기에 더 멋있는지도! 어머니에 대한 글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아서...글 한 줄 남깁니다.
    "오늘 라면 한 그릇 팔았다."라는 말이 시린 시 구절 같습니다. 혹시 함민복 시인이 "눈물은 왜 짠가"란 시 아시는지요? 좋아하는 시인데 문득 그 시가 떠올랐습니다......

    • Doer 2011/04/19 09:32 Address Modify/Delete

      조금 전에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깊이있게!

  3. 서용석 2011/06/22 16:10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현재 만나는 사람들은 과거 속의 사람들과 차이가 나지요 자꾸 과거속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 Doer Youngil Ahn 2011/06/23 12:57 Address Modify/Delete

      끝없이 마음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4. susie 2011/07/17 23: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 storyteller




출근 길 아침 해는 왜 그리울까. 

 


현재는 왜 과거와 같을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음악은 어디로 흘러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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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염둥이 2011/04/02 11:3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뭔지는 몰라도 멋있다.

  2. けんた 2011/04/02 18: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何のために生きるのか。
    きっと、自分が「したい」と思う事を、する為だろうか。

    やりたいと思う事を、やり抜いて、やり抜いて、やり抜いて。


    私はあなたから、たくさんの事を学びました。
    そして、これからも学び続けたいと願っています。

    • Doer 2011/04/02 20:22 Address Modify/Delete

      켄짱!!

      멕시코 생활 어떠니.
      이번에 일본에 일어난 재해는 너무나도 가슴 아플 뿐이다.

      어서 아시아로 돌아와라.

      술 한잔하자!

  3. BlogIcon 양희성 2011/04/06 15: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역시, 철학적인 생각이 어울리는 영일님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4. 임상범 2011/04/07 22: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형 ~! 함축적 글이 현실을 직시 한 말씀 같아요.

    철학적이라 와닿고요.

    이 문장 " 삶을 살자. 단지 살아남기만 하지 말자." 에서

    정말로 살아남기 만 하면 안될 거 같은 요즘이에요 . 저는

    매우 공감해요!.

    1.뒤쳐지는것 2.앞서가는 것 3.(1)번과 (2)의 중간=그저 그 안에 속해서 따라가는 것.

    이중에 가장 좋은 정답은 보기 1,2,3 중에 있다고 생각 하세요?

    1번은 누구나 배재해야하며 피해야겠지요.
    그렇다면 2번과 3번인데요,

    참 어려운거 같네요.

    제말이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네요.

    영일형^^ 멋있으세요 .ㅋ쿠우울!입니다.ㅋ!

    • Doer 2011/04/11 09:56 Address Modify/Delete

      부롸둬!

      오늘도! 내일도!

      달리자! 달리자!

      앗싸~!

 



라다크 지역에 도착한 후 얼마간 나는 극심한 체력의 한계 속에 살고 있었다. 최저 해발 3,600미터. 그 지역에 처음 도착했던 날은 10걸음을 빠르게 걸은 후 숨을 크게 헐떡이며 바닥에 퍼져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겁 먹은 나는 행동 반경을 최소한으로 하고, 방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내 모습에 대해서는, 그들은 여기서 오랫동안 적응해왔고, 나는 아직 적응하기 이르다라고 생각하며 자기 위안을 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3,600미터라는 말이 머리 속을 유령처럼 멤돌며 떠나가질 않는 상황에.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

‘3,600
미터. 3,600미터. 3,600미터…, 그게 도대체 다 뭐란 말인가
!’

나는 생각과 말 그리고 지식에 집착하며 나태한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스스로에게 울화통이 터졌던 것이다.


이후 나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산을 달려 올라갔다. 미칠 듯이 힘들었다. 그러나 멈추고 싶지 않았다. 속도를 늦출지언정 절대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달리던 중, 울컥 울컥 눈물 솟아 올랐다. 나는 진작부터 이렇게 달렸어야 했다. 내게 어울리는 모습. 그건 정신없이 달리고 헐떡거리며 땀 흘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난 한동안 그걸 깨닫지 못하고, 3,600미터라는 숫자 감옥에 나를 가두어 놓은 채 연신 자기합리화의 방귀만 뀌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심장의 고통이 극도로 치닫던 순간,
그간 가지고 있던 지식들에 대한 총체적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

그것은
허무였다
.

지식과 집착의 허무함. 그 때 공허한 나의 마음을 채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는 혼자였다. 그래서 또 외로웠다. 눈물은 계속 흘러 내렸다
.

그렇게 뛰어 올라 도착한 히말레야의 한 봉우리. 나는 그곳에서 모든 걸 내려 놓았다. 지식도. 집착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동화처럼 펼쳐진 파란 하늘. 거대한 산맥. 그 한 가운데 떨어진 나의 눈물.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 가는가.

왜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서
?

그 때였다.

귀국을 결심한건.


<그 날 산을 오른 후 남긴 영상>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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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7 00:5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Doer Ahn 2011/02/17 13:19 Address Modify/Delete

      선생님! ^^ 뭔가 흐름과 채움 그리고 마지막엔 비움이 있는 댓글인 것 같습니다 :-) 힘 많이 주셔서 감사하구요, 오늘도 완전 즐겁고 신나게 파이팅입니다! ^^

[Doer] 옛 시절, 그 때.

내면 2011/01/17 20:22 |

 
... ....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나에겐 이성친구가 생겼다. 나는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너무 행복했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일지라도.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엑스타시라는 클럽을 결성하고 밴드에 준하는 클럽 활동을 했다. 온 몸을 토해내는 듯 노래하고, 그것으로 인정받는 게 즐거웠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일지라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 마시기를 즐겼다. 나는 술 마시며 친구가 되고, 공감 속에 하나가 되는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일지라도.

대학교 2학년 때, 나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스스로가 인간적으로 좀 모자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얻어 맞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학교 성적 1등인 친구들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일지라도.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다니던 학교보다 타 지역 다른 학교 수업을 원정 다니며 듣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했다. 내 가슴을 쥐어짜는 강렬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길이었을지라도.

대학교 4학년 때, 나는 유명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며, 안정적이기도 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버리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직장을 선택했다.

그게 편안한 삶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멋진 삶 일거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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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8 ink 잡지 연재 칼럼 글 중 일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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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귀염둥이 2011/01/19 11:48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ㅋㅋ

  2. Sonnie 2011/01/19 12: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니가 웃으시네요.ㅋㅋㅋ
    그렇게 남들이 하기 쉽지 않은 선택을 하신 결과들이 이렇게 잘 드러나는 것 같네요.(영화출연 같은?ㅋㅋ)
    C u 27!

    • Doer Youngil Ahn 2011/01/19 14:04 Address Modify/Delete

      오! 감사합니다!! 네^^

      27일에 뵈요! ^^ 파이팅!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영감은 비록 영감으로 발음되기는 할지언정, 낡은 곳에서 공짜로 흘러 나오는 게 아니다. 영감은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에너지로부터 솟아 오른다.

아침 일찍 남산으로 뛰어 올라가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시야를 가리는 빌딩 숲 때문에, 만족할만한 일출 감상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결국, 7시 47분으로 예정되었던 일출을 기다리지 않고, 터.벅.터.벅.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몇년 전,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으로 유명해졌던 현각스님이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은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하는 동안, 물질적 진보와 일방 통행만을 추구하는 동기생들의 삶에 회의를 느껴 불가에 귀의했다. 하지만 산 속에서 도를 닦으며 깨달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나무 숲에서 도를 닦으나 빌딩 숲에서 도를 닦으나 결국 모두 하나일 뿐'이었단다. 혹, 오히려 시끄럽고 번뇌가 많은 빌딩 숲에서 도를 얻는다면, 그것이 더욱 의미있는 도가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보았다고 하는데.

오늘 아침 나는, 히말레야에서 떠오르던 장엄한 일출의 기억에 사로잡혀, 남산에서도 그와 똑같은 것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집착의 늪에 빠진 한쪽 발은 아직도 그 자리를 빠져 나오지 못한 채 허둥버둥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집착이란 사람을 얼마나 어리석게 만드는가!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이 장소만이 지닐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이 나다운 모습 아닐까. 

진정 밝은 해는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른다.

그것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자. 일상의 시간표는 반복적으로 지리한 듯 이어지지만. 사실 매일 떠오르는 태양 중, 똑같은 표정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단 하나도 없다. 그 깨달음 속에 영원히 머물자.

매 순간이 새롭다.


주.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내용에 관한 글은 수년 전 책을 읽었던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것이라 실제의 내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분명, 기억에 의한 각색이 더해졌겠죠?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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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oer Han 2011/01/09 15: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십년전쯤 고등학생일 때 읽었던 책이 언급되어 놀랍고 반갑네요. ^^

    굉장히 인상깊었던 책 중의 하나인데..

    • Doer Youngil Ahn 2011/01/09 23:30 Address Modify/Delete

      ㅎㅎ 저도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 그만 불가에...

      '선의 나침반'이라는 책도 세트로 읽으면 무척 흥미로워요! ^^

  2. BlogIcon Tiger 2011/01/09 15: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Happy bday- ;) fantastic article

    • Doer Youngil Ahn 2011/01/09 23:30 Address Modify/Delete

      Brother! Thank you so much! See you in next Wed.!

  3. Kenta 2011/01/09 17:33 Address Modify/Delete Reply

    兄の日記を全て読みました。
    私は、韓国語がわからないので、翻訳機を使ってですが。


    兄の日記から学ぶ事がたくさんあります。
    なぜなら、兄は私にとって、最も尊敬している人だからです。

    • Doer Youngil Ahn 2011/01/09 23:34 Address Modify/Delete

      ケンチャン! 難しくて、、あんまり自慢することもない日記を読んでくれてありがとう! 俺もケンチャンの熱情とそれを支える態度はいつも尊敬しているし、懐かしがってるから、今年はぜひ日本とか韓国とかメキシコーで会いましょう! LOVE U BRO!

  4. BlogIcon Ji 2011/01/09 20:21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형님! 생일 축하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올 한 해도 Doer Ahn 답게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시리라 믿습니다! 형님 생츅! :)

    • Doer Youngil Ahn 2011/01/09 23:34 Address Modify/Delete

      부라더!

      덕분에 힘 얻어서 올해도 쭈욱 쭈욱 뻗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힘낼게!

      파이팅! 앗싸~! >.<

[Doer] 조화 - Harmony

내면 2010/05/19 12:13 |




글, 그림 by Doer 안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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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귀염둥이 2010/05/19 15: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혹시 셩형의효과 ?ㅋㅋㅋ



See WHAT goes on.
Explore HOW they change.

Understand WHY.
Find WHO leads.

Forecast WHENext comes in.
Stay there, WHERE.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찰하라.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탐구하라.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하라.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찾아라.

언젠가 있을 일을 예상하라.
거기다. 거기 있어라.

그림 by Wallpa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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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귀염둥이 2010/05/14 17:5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랜만에 올라왔네

    • Doer 2010/05/14 20:33 Address Modify/Delete

      ㅎㅎ

      요즘에는 자주 올릴 시간이 없어서 압축된 생각만 적고 있지 ;-)

  2. 2010/05/16 18:2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BlogIcon 귀염둥이 2010/05/18 13:4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또 주책없이 기대고말았네...?



두 손에 꼬옥 감싸아 붙들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자꾸만 흘러간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나와 너의 삶에 윤택함으로,
사회와 우주에 평화와 행복으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의 내 소임이며 사명이다.

나는 그렇게 흘러간다.

역시 꿈은 행동으로 옮겨야 제 맛 아닌가!



사진 by 최민식 (Choi Min-Sh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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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6 03:1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Gee 2010/05/06 09: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역시 꿈은 행동으로 옮겨야 제 맛 아닌가!" 역시 도얼 선생님ㅋㅋㅋㅋ = )

  3. BlogIcon 귀염둥이 2010/05/06 13:13 Address Modify/Delete Reply

    꿈만꾸지말고 빨리깨길빌리라...

  4. BlogIcon 귀염둥이 2010/05/06 13: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목이 이런날엔 너무처진다

  5. BlogIcon 귀염둥이 2010/05/09 16:0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맙고 또고마워.....

  6. 남은희 2010/05/09 22: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일오빠~! 오랜만에 들어와서 안부 남깁니다~!
    열정을 가지고 모든 일을 성공해 내시리라 믿습니다 ㅋㅋ
    오빠가 만들어낸 가치가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가길!
    왠지 오빠는 어학강사만 하더라도 수백억 버실듯 ^^ㅋㅋ
    그럼 방학 되면 한번 뵈어요 >_<ㅋ

    • Doer 2010/05/09 22:53 Address Modify/Delete

      ㅎㅎㅎ

      My daughter 내티야 :-)!

      흥미롭고 재미나구나.

      널 여기서 만나다니!!! >.<

      어서 너의 방학이 오길 기다리마.

      쿨!

[Doer] 날 수 있다

내면 2010/04/01 00:57 |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나는 바람타고 날거야.

나는 내가 날 수 있다고 믿는다.



글/그림 by Doer 안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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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1 03:4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귀염둥이 2010/04/01 10: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리가족 모두믿는다 언제나 홧 팅이다

  3. BlogIcon 기대하라 2010/04/01 23:1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영일형님.
    기자단 할때 한번 뵈고, 뵐 수 있는 기회가 한번도 없네요~^^ㅋ;;
    정말 안타깝네요~ㅎ
    요즘 휴학하고 인턴을 알아보며 영어공부에 열심히 입니다. 아직까지는 큰 발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ㅠ.ㅠ
    아무래도 혼자하는 공부라 꾸준히 하기가 정말 힘들어요..ㅠ.ㅠ
    형님 하시는 리더스 소사이어티 동영상 보면 참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ㅎ
    저는 형님처럼 깨어있지 못해 IBM에서 나오는 사람은 못될 것 같지만 요즘은
    열심히 노력해 IBM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합니다~ㅎㅎ
    형님 포스팅좀 자주해주세요~ㅎㅎ 좋은 글들 형님들 경험 공유해 주세요~ㅋㅋ
    보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ㅎ

    • Doer 2010/04/02 23:40 Address Modify/Delete

      항상 굴하지 말고 파이팅!

      ㅎㅎ 휴학하고 영어 공부하면...영어 실력보다 게으름을 주의해야 하지 않나? :-)!

      IBM이라는 회사는 들어가기 어려운 듯, 쉬운 듯, 어려운 듯, 쉬운 듯한 회사이니 생각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길 권할게! >.<!

  4. BlogIcon 기대하라 2010/04/03 00:3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네.. 요즘 엄청 게을러요;; 장난 아니에요;;
    심지어 휴학에 대한 후회도 들정도로..ㅠ.ㅠ 인턴 구하기도 쉽지는 않네요.
    영어 많이 잘해야 IBM 갈 수 있겠죠?ㅎ 조금 늘기는 했는데, 어디 내세울 정도가 아니네요..ㅠㅠ

    • Doer 2010/04/03 09:19 Address Modify/Delete

      IBM 영어 면접은....

      꼭 가고 싶다면, 내가 훈련시켜줄 수 있어.

      ㅎㅎ

  5. 연진 2010/04/05 19: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훨훨 날아라~! 넌 할 수 있을 것 같다. 홧팅!^^

  6. BlogIcon 기대하라 2010/04/05 23:48 Address Modify/Delete Reply

    훈련까지는 죄송스러울것 같아요~ㅎㅎ
    그저 형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좀 합니다~ㅎㅎ

    열정은 전염된다고, 형님의 열정이 좀 전염되면 좋겠습니다.ㅎㅎ

  7. ironyong 2010/04/07 22: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Spread your wings - Queen

    내가 젤 좋아하는 노래가 떠오르네 :)

  8. BlogIcon 율이 2010/04/09 18: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일형님,
    오랜만에 블로그 들어와 봅니다.
    저도 형이 하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