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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투자

외국어 학습에 대한 생각 -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by Doer Ahn 2013. 7. 13.


Photo by Paul Kozowyk at Ladakh, 길 왼편에 불을 들고 있는 것이 나.



01. 지향점


고등학교 때, 나는 독일어 공부를 좋아했다. 


독일에 가본 건 아니지만, 독일어를 공부하면 독일이라는 나라의 풍미가 느껴졌다. 당시 나는 이과생이었다. 그래서 제 2외국어가 내신과 수능에 주는 영향은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공부가 너무나도 즐거워 자발적으로 교재를 읽고, 쓰고, 외웠다. 당시에는 독일어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가 다양하지 않아 책 한권을 두세번 반복해서 보았다. 독일어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술술척척 반응하는 나를 보고 '아니, 이걸 어떻게 알았어?'하며 신기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독일어로 할 수 있는 말은 몇 마디 되지 않는다. 

'Danke Schoen.' -감사합니다.
'Ich liebe dich.' -사랑합니다.
'Woher kommen Sie?' -어디서 오셨나요?
'Wie heisst du?' -이름이 뭔가요?

발음과 문장이 맞기나 한건지. 그 또한 확실치 않다. 

이후 독일은 두 번 방문했다. 2006년에 컨티키(Contiki Holidays)라는 여행사 인턴을 위해 한 번, 그리고 2010년 인천시 세계환경회의 준비를 위해 한 번. 두 방문 모두 독일어 대화는 전혀 시도하지 못했다. 고마울 때 '당케쉔'만 연발했을 뿐. 이후엔 모조리 영어 대화였다. 한때 독일어 공부에 그토록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건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이 되고 말았다. 

미안하다. 나의 잃어버린 시간에게.

외국어학습은 '생존'이 아닌 '삶'을 지향해야 한다. 학교에서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 아닌 지구촌에서 삶을 즐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개인의 의식과 행동이 변하면 제도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한 경제학자가 말했다. 

“사람이 변하는 방법은 세가지 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것.
사는 ‘환경’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가지 방법이 아니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가장 무의미한 행위는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다.”

나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외국어통역 자원봉사를 했었다. 하지만 수능시험만 잘 봤을 뿐 실제 소통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기에 바닥은 곧 드러났다. 결국 배치 받은 역할은 주차장 안내였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직진하세요~!' 정도면 충분했다. 누가 복잡한 설명을 요구해오면 허둥지둥 피하기 일쑤였다.

불통즉통(不通痛). 

소통되지 않는 언어는 고통을 낳는다.
다행히도 구체적인 고통은 구체적인 진보의 초석이 된다. 

월드컵 직후 군입대한 나는 병장을 달자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월드컵 자원봉사 당시 쓰라린 경험을 곱씹으며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실제 말하고 쓰는 공부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마침 가수 보아는 매우 좋은 자극제였다. 당시 일본 진출을 시작한 보아를 마음 속으로 존경하고 있던터라 야간 근무를 나갈 때마다 보아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일본어의 풍미를 익혔다. 이후 자연스럽게 일본 엔카, 우타다히카루, 아무로 나미에 등 일본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게 되었다. 학습 순서로 말하자면 무작정 들리는대로 따라해보는 게 첫째고, 의미를 이해하는 건 그 다음이다. 그리고 매일 반복해 들으며 가사를 통째로 외운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일본어 어휘와 표현이 나의 언어체계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덧 재패니메이션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일본어가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자 같은 방법으로 영어, 중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해보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프랑스어를 익히기 시작했고, 인도여행을 할 때는 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힌두어와 소수민족 언어인 라다크어를 익혔다. 대원칙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컨텐츠로, 매일 매일, 소리내어 연습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일상은 이 원칙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있다. 토익 시험문제는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똑같은 시험을 위해 똑같은 문장을 강요 받는다. 그것은 문장의 폭력과 다르지 않다. 시험 점수가 나온 후에는 공부를 멈추기 때문에 매일 매일 공부하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문장으로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학습 동기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문을 읽고 정답을 찍어내기에 급급한 방식으로 공부하기에 소리내어 읽는 습관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되었다. 이렇게 공부해서는 소통의 힘이 자라지 못한다.

우리는 집요하고 지독하게
잘 말하고, 잘 쓰는 학습에 집중해야 한다.


02. 선택

다음은 어떤 외국어를 공부할지 선택 기로에 서 있던 한 후배의 이야기다. 대학교 4학년이던 당시 나는 이미 영어, 일본어를 편안하게 활용하고 있었고, 중국어를 추가로 공부하고 있었다.

'형, 일본어랑 중국어 중 뭘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뭐가 좋을 것 같애?' 내가 대답했다. 
'글쎄요..제가 일본어 초급도 수강했고 공부하고 있기는 한데, 일본 경제가 요즘 안 좋잖아요..일본어를 공부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중국이 경제도 성장하고 있으니, 중국어를 공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후배는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나에게 확신을 다지기위해 질문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중국어를 공부하라'고 말했다. 더 길게 토론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외국어를 공부할지 선택하는 기준이 경제 논리로만 치장된 사실이 다소 안타까웠다. 경제 논리로만 본다면 중국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유창한 중국어 실력자도 많아질텐데, 공대생이 취미로 중국어를 공부해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외국어를 시작할지 선택할 때, 얄팍한 계산에 앞서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바로 학습자가 일본, 중국 또는 그외 특정 나라의 문화와 정서적 교감을 느끼고 있는지 여부이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궁합을 보는 것과도 같다. 외국어도 사람도 궁합이 맞아야 함께 오래 갈 수 있다. 그대가 대륙의 장구한 역사와 웅장한 질감에 존중심을 갖는다면 중국어를 공부하면 좋겠다. 그대가 조용하고 정갈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개성과 독특함이 넘치는 문화에 취할 준비가 되었다면 일본어를 공부해도 좋다. 그대가 쌈바의 열정과 구릿빛 향흥에 환상을 갖는다면 스페인어를 공부하면 좋겠다. 그대가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상식적인 소통력을 갖고 싶다면 영어에 보다 집중해도 좋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서 좋은 것이다. 우리는 느낌 좋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직관은 계산을 리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외국어를 선택하겠다면, 한 가지 기억할 사항이 있다. 좋은 회사에는 이미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 이미 유행을 탄 외국어 실력자들이 넘쳐 흐른다.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돋보이기 어렵다. 해당 외국어 가능자에 대해서는 희소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어, 인니어, 힌두어, 아랍어 등 아직 유행을 덜 탄 외국어를 공부하면 그 희소성 자체만으로도 기회가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길을 두리번거리는 외국인에게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보라. 별로 신기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 그 외국인이 아랍인이라면 아랍어로 말을 걸어보라. 베트남인이라면 베트남어로 말을 걸어보라. 그 사람은 당신을 자기 나라로 초대하고 싶어할만큼 친근감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외국어학습은 '생존'이 아닌 '삶'을 지향해야 한다. 학습자 스스로 즐겁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외국어를 공부할지 고민 중이라면 지금까지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 들었던 음악, 만났던 사람 중 왠지 모를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을 되뇌어보자. 그런 게 없다면 한국어로 보다 폭넓은 독서를 하거나 여행을 떠나보자. 그러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고,
왜 거기에 서 있어야 하는지.

어떤 외국어를 공부할지는 그 경험이 알려 줄 터.









안영일씨, 왜? 강연을 하시나요?

-> www.doertalk.org/574

안영일씨, 왜? 프레지를 하시나요?

-> www.doertalk.org/571









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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