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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투자

사부타일랜드, 태국비누 이야기 - 움, 김환 부부

by Doer Ahn 2013. 7. 2.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움은 몇일째 집요하게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태국 여행사에서 웹마스터로 일하는 동시에 웹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던 움은 얼마 전 전화를 한통 받았다. 


"소개해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으시겠어요?" 태국 카세삿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학생은 다짜고짜 영어로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짜뚜짝 시장에서 비누 장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이 웹사이트를 최고로 잘 만든다고 알려줬더니 꼭 만나고 싶데요."


"...미안합니다.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움은 시간을 할애할만한 일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만남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전화는 끈질기게 계속 되었다. 


2005년 9월 말. 김환은 용인대 특수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나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재적 당했다. 교수와 조교를 찾아가 사정해보았으나 '학과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그냥 짤라 버려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었을 뿐. 결국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집안 사정이 넉넉치 못했던 그는 대학시절 온갖 알바를 찾아 다녔다. 도서관에서 2박 3일 자면서 등하교 시간을 절약하고 돈을 아꼈으며, 라면을 끓여 먹고 침낭에 자면서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학점은 4.0을 유지했다. 그러한 사정으로 학과활동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왕따가 되고 말았다. 앞이 캄캄했다. 이후 그는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소개로 태국으로 건너가 여행사 가이드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판매원을 거쳐 일본계 영어학원에서 한국인 마케터로 생계을 이어갔다. 



<2005년 10월 ~ 2008년 초, 김환이 지내던 방>


"비가 오면 방안에 물이 차고, 햇빛은 들지도 않고, 저녁에는 외국인들 취해서 돌아다녀 잠자기도 힘들고 세탁기 없어서 손빨래 하고 잘 안말라서 냄새나는 그런 생활했다. 인터넷도 없고, 티비도 없었다. 그래도 저녁에 돌아와 태국어 책 늘 펴고, 자기 계발서 읽으며 그 시기를 견뎠다.

거지같이 살았다."


김환은 결국엔 사업을 할 인물이었나보다. 그는 어려운 생활 중에도 부족한 외국어 실력에 따른 정보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정보 제공 아르바이트'를 썼다. 당시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했던 비용은 한화로 20만원. 2013년 7월 현재 태국 공장 노동자 임금이 월 36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부담이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당시 영어학원에서 한국인 마케터 업무를 보는 동시에 부업으로 시장에서 비누, 보석 등을 떼어 팔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부업으로 이어가던 장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기로 결정했다. 주 거래처의 가격, 물량 횡포가 나날이 심해져 견딜 수 없었고, 장사 경험을 통해 시장의 운영 원리를 나름 익혔기 때문이다. 첫단계로 그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역시장 생산, 유통 업자들의 횡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영역(바운더리, 나와바리)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태국 최고의 웹사이트 기술자 움을 찾았다.


아버지의 상습적 도박과 빚으로 동생들과 길거리 노숙생활을 하고 있던 14살 소녀 움. 어느 날 그녀는 지역 건달들의 총격전 중 재수없게도 벽을 맞고 튕긴 탄환에 등을 맞았다. 이후 한달간 콤마 상태에 빠져 들었고, 6개월간 입원했으며, 결국 하반신 불구 판정을 받았다. 퇴원 후 휠체어 살 돈이 없어 의자 생활을 해야만 했다. 당시 극빈층 정부 지원금은 한달에 500바트(약 2만원). 척수 장애인의 몸으로 그 지원금을 받으러 가는 교통비만 200바트가 소요될 지경이었으니 입원비는 고사하고 생활도 불가능한 형편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불굴의 의지로 공부에 매달렸고, 덴마크 정부가 후원하는 파타야의 장애인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졸업 때는 학교로부터 교사직 제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 제안을 물리치고 캐나다인,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차례로 입사해 10여년간 업무를 익혔다. 


어느 날 생선을 잘못 먹은 김환은 병원 입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열악한 병동에 찾아오는 사람 한사람 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김환. 움은 끈질기게 전화와 문자를 보내던 한국인의 소식이 갑자기 끊기자 오히려 그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를 곧장 1인실 병동으로 옮겨주고 간호까지 해주었다. 김환이 움에게 물었다. 


"왜..나를 이렇게.."

"먼 곳에서 혼자 이렇게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돈도 없고..불쌍해서..." 움이 말했다. 


병원에서 둘은 사랑을 맹세했고, 함께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퇴원 직후 그는 본격적으로 비누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제품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엔 자금이 없어 알고 지냈던 모든 지인들에게 메일을 써서 자금 지원을 부탁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기계를 사들여 오는 과정에서 자금 압박으로 사업을 접어야 할 뻔하기도 했으며, 비누 베이스 원재료를 2톤이나 생산했지만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지 않아 도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직원들이 도난, 마약, 방화, 불륜, 불법 복제 등 온갖 말썽을 일으켜 사업이 심각한 위기로 치달을 때도 있었다. 


사업이 줄 수 있는 모든 업과 고락을 함께한 움과 김환. 


2013년 7월 현재. 둘은 방콕에 전용 생산 라인과 직원 숙소, 식당, 운동시설을 갖춘 공장과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콕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개인 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현재 공장 근무 직원은 40명. 브랜드의 고유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는 방콕에 한 곳만 두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20개, 두바이, 중국 광저우, 홍콩 등에 고정 거래처를 100곳 이상 확보하고 있다. 비누 사업을 시작한지 4년 반만에 거둔 성적이다.


나아가 이들의 공장, 사부타일랜드에는 어느 공장과 비교해도 빠질 수 없는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장애인 특화 설계로 공장환경이 이루어져있다는 점이다. 움은 공장 어느 곳이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이들은 장애인 직원의 채용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모습이다.


이제 움과 김환은 다음 꿈을 꾸고 있다. 평화로운 해안가에 노약자, 장애인 특화형 리조트를 지어 그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꿈이다. 이것은 움의 불편이 더이상 불행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김환의 사랑인 동시에 진정으로 장애를 배려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거룩한 행동이다. 나는 이번에 신혼여행차 태국을 여행하는 동안 그들이 이미 그 꿈에 무척이나 가까이 도달해 있고, 상당 부분 이미 실현해 놓은 모습을 보며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움과 김환 부부를 보며 건강한 의식과 실용적 자세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태도를 배웠다.


*한국에서도 진정한 의미에서 자수성가하는 사업가들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김환과 안영일은 2005년 여름 APEC Youths Plaza에서 운영위원회 스탭 활동을 하던 중 만난 부라더지간입니다.





깊이있게 놀자.

대담하게 하자.

 자기답게 살자. 

 우리는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세상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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