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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Doer] 밤 11시. 지독한 추위에 따라 자연스레 찾아온 한국인의 욕망. 라.면.

by Doer Ahn 2011. 1. 10.


내가 아는 한, '낭만파에 속하는 어떤 한국인들(?)'은 특정 식품들에 대해서 단순 먹을 것 이상의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는 것 같다.

비오는 날의 정령과 같은 존재, 막걸리파전. 희노애락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정신과 의사들의 최대 경쟁자, 소주. 어린시절 방과 후 발걸음을 바쁘게 하던 분식집의 대마왕, 떡볶이. 엄마와 함께 희희노닥거리며 처음 담아봤던 빨강 김치.

그리고 외로움과 추위를 달래주는 자취방의 수호신, 라.면.

그래.
나는 오늘 밤 11시.
바깥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이 혹한의 날씨를 핑계 삼아.

영혼처럼 방 안을 부유하는 그대의 연기와.
공복의 허기를 달래줄 그대의 부드러운 면빨과.
공허한 자취방 구석의 사운드를 후루룩짭짭 채워 줄 그대의 음성이.

그것들이 그리워. 그리워. 참지 못해. 
열심히 그대를 끓여 잡수었소.

오~나의 오징어 짬뽕.

하지만..하지만...하지만.
그대는 내일 아침 나에게 호빵맨 같은 얼굴을 선물해주겠지..


by Doer 안영일(www.twitter.com/doer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