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과 행동

[Doer] 진정 밝은 해는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른다.

by Doer Ahn 2011. 1. 9.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영감은 비록 영감으로 발음되기는 할지언정, 낡은 곳에서 공짜로 흘러 나오는 게 아니다. 영감은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에너지로부터 솟아 오른다.

아침 일찍 남산으로 뛰어 올라가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시야를 가리는 빌딩 숲 때문에, 만족할만한 일출 감상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결국, 7시 47분으로 예정되었던 일출을 기다리지 않고, 터.벅.터.벅.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몇년 전,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으로 유명해졌던 현각스님이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은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하는 동안, 물질적 진보와 일방 통행만을 추구하는 동기생들의 삶에 회의를 느껴 불가에 귀의했다. 하지만 산 속에서 도를 닦으며 깨달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나무 숲에서 도를 닦으나 빌딩 숲에서 도를 닦으나 결국 모두 하나일 뿐'이었단다. 혹, 오히려 시끄럽고 번뇌가 많은 빌딩 숲에서 도를 얻는다면, 그것이 더욱 의미있는 도가 아닐까..라고도 생각해 보았다고 하는데.

오늘 아침 나는, 히말레야에서 떠오르던 장엄한 일출의 기억에 사로잡혀, 남산에서도 그와 똑같은 것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집착의 늪에 빠진 한쪽 발은 아직도 그 자리를 빠져 나오지 못한 채 허둥버둥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집착이란 사람을 얼마나 어리석게 만드는가!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이 장소만이 지닐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이 나다운 모습 아닐까. 

진정 밝은 해는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른다.

그것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자. 일상의 시간표는 반복적으로 지리한 듯 이어지지만. 사실 매일 떠오르는 태양 중, 똑같은 표정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단 하나도 없다. 그 깨달음 속에 영원히 머물자.

매 순간이 새롭다.


주.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내용에 관한 글은 수년 전 책을 읽었던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것이라 실제의 내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분명, 기억에 의한 각색이 더해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