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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Doer] 09년 7월, 부모님의 서울 투어

by Doer Ahn 2009. 8. 21.
지난 7월.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막내 아들이 못내 걱정되신 나의 부모님. 

온전치 못한 건강 상황에도 불구하고 끝내 서울로 올라오고 마셨다! >.< 

난 사실 특별히 걱정 안해 주셔도 잘 크는 거 아시면서 ㅋㅋㅋ :-)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으니.


명동이라는 거리를 처음 와 보셨을(?) 두 분.

크리스피 크림으로 모셔가려는 나에게 처음에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데 와서 앉아가 무도 되나. 밖에서 기다릴텡께 그냥 사가 온나."

하지만 나는 기어이 모시고 들어갔고, 
두 분은 크리스피 크림의 오리지널 도넛 가격(1,200원)을 보더니 눈이 훼둥구뤠~@.@ 하게 되셨었다. 

"무~신 도나스가 이리도 비싸노"

하지만 나에겐 두 분이 명동의 한 복판, 
젊은이들의 공간에서 난생 처음의 체험을 하고 계신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마마. 파파. 이건 비싼 게 아니예요'


이후 향한 곳은 남대문 시장.


역시나 두 분에게는 처음 와보는 장소!

나는 두 분이 뭔가 감흥을 얻으시기를 바랬으나, 
한 마디로 잘라 버리셨다.

"옛날 자갈치 시장이랑 비슷~흐네"

어머니는 그 와중에도 나의 베갯잇을 사려고 두리번 거리시느라, 
시장 따위는 감상할 여유조차 없으시다. 

항상 그런 식이다..


다음 행선지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 서울역. 

이 번에는 이별용 행선지로.


맥도날드 햄버거는 두 분 모두 부산에서 즐겨보셨겠지만,
서울역에 마땅히 먹을만한 게 없었으므로 다시 젊음의 분위기로 고고씽.

이제 나는 두 분이 드시고 계신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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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사진을 더 찍어두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역 개찰구 밖으로 나오시며 걱정과 반가움을 동시에 담고 환하게 포옹을 건네시던 부모님의 모습,
더 오랫동안 꼬옥 꼬옥 담아두고 싶은데.

아마 내 가슴과 머리 속에는 영원히 남겠지. 

쿨!